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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aeology

토양 화학 분석과 고고학 -1. 주요 분석 방법과 사례

by 고산리 2025.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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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유물 중심의 해석이 이루어져 온 고고학에서, 토양은 유물 주변의 배경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토양 속에 축적된 화학적·생물학적 성분이 인간의 흔적을 간접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토양 그 자체가 중요한 해석 대상으로 이용되고 있다.

토양 분석에 주로 이루어지는 기법으로는 다원소 분석, 인산염, 지질 성분 분석 등이 있으며,

본 글에서는 이들의 기본 원리와 사례를 소개한다.

 

  • 각 예시에서 실제 논문의 그림을 첨부하기에 불편함이 있어, 해당 논문 링크를 첨부했습니다. 

토양 분석?

토양은 직접적으로 인간의 행위를 기록하는 물질은 아니지만, 인간 행위의 부산물이 축적되거나 흡착된 층으로 기능할 수 있다.

가령 동물이나 인간의 뼈가 집중적으로 위치했던 지점이라면 토양에 칼슘과 인이 농축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특정 행위의 물리적 잔존물이 사라졌더라도, 해당 공간에서의 활동 흔적은 화학적 변화로 토양에 남을 수 있다.

 

초기에는 주로 인산염이나 중금속 농도와 같은 원소 분석이 활용되었으나, 최근에는 동위원소 분석, 바이오마커(biomarker), 고대 DNA(ancient DNA)나 단백질 분석 등 다양하고 정밀한 분석이 시도된다.

 

이러한 분석 결과로 인간 행위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화학적 흔적과 인간 행위 사이에 관계를 설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는 주로 실험 고고학, 민족지적 비교를 통해 이루어진다


 

토양 분석의 절차와 기초 분석 방법

토양 분석은 일반적으로 표본 조사와 예비 분석을 통해 시작된다.

대표적인 예비 분석 항목으로는 pH, 탄산염, 인산염 등이 있으며, 이들은 간이 시약이나 시험지를 이용하는 등 간단한 방법으로 대략적인 값을 구할 수 있어 현장에서 신속한 판단에 유용하다. 이러한 초기 단계는 유적의 전체적인 토양 특성을 파악하고, 정밀 분석 대상 구역을 선별하는 기초 자료로 기능한다. 혹은 발굴 당시 시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유구나 유적의 경계를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은 특히 분석 대상이 넓은 유적이나, 복잡한 구조의 주거지일수록 효율적인 분석 설계에 중요하다.


다원소 화학 분석 (multielement chemical analysis)

 

다원소 화학 분석은 토양 내에 포함된 원소의 조성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유적의 경계, 활동 영역, 공간 구조, 토지 이용 방식 등을 해석하는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이 분석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원소(Ca, Fe, K 등)와 미량 원소(Cu, Zn, Pb 등)의 농도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특정 영역에서 집중되는 원소를 확인하여 취사, 금속 가공, 폐기, 가축 사육 등 특정 활동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탐색한다. 분석 대상은 주로 유적의 바닥 토양 또는 점유층이며, 일정한 간격으로 시료를 채취해 공간적 분포를 통계적으로 시각화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분석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기기는 다음과 같다.

1) ICP-MS (Inductively Coupled Plasma Mass Spectrometry): 극미량 수준의 원소 농도까지 측정 가능하며, 다수의 원소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

2) ICP-OES (Optical Emission Spectrometry): 고온 플라즈마 상태에서 원소의 방출선을 측정하여 정량 분석을 수행한다.

3) pXRF (Portable X-Ray Fluorescence Spectrometry): 비파괴적이며 현장 활용이 가능해, 조사 중 실시간으로 원소 분포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이와 같은 다원소 분석은 단독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지질 성분 분석(lipid analysis), 토양 미세형태 분석(micromorphology) 등과 병행될 때 해석의 신뢰도가 더욱 높아진다. 특히 미량 원소 분석을 통해 시각적으로 유구가 드러나지 않는 지역에서도 과거 인간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유구의 원소 mapping 예시. 이미지 생성: DALL·E (OpenAI)

 

분석 사례: 덴마크 라이라의 주거지 바닥

https://doi.org/10.1016/j.jas.2008.08.005

 

Redirecting

 

linkinghub.elsevier.com

 

덴마크 라이라의 복원 철기시대 마을에서는 현대적 도구의 사용 없이 실제 과거와 최대한 유사하게 생활하는 실험이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실제 유적은 아니지만 당시 사람들의 이용 양상을 재구성하는 실험 마을인 것.

 

이 마을에서 대장간, 가축우리, 주거 공간 등 각 공간에서 실제 생활 결과 유기물과 원소가 토양에 어떻게 축적되는지를 관찰하고, 특정 원소 조합의 농도 패턴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Mg, Fe, Mn, Zn, K, Cu 등의 조합이 각 기능 공간마다 차이를 보였다.

지점별 원소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주성분분석 (PCA)을 시행한 결과, 대장간과 가축우리가 명확히 구분되는 결과를 보였다. 다만 이 러한 분석만으로 구체적인 행위까지 식별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이후 지질 성분 분석을 진행하였다(B. Hjulström & S. Isaksson, 2009).


인산염(Phosphate) 분석

 

인산염(phosphate)은 인위적인 인간 활동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화학 지표로, 토양 분석에서 오래전부터 제시되어 활용되는 분석 항목이다. 농업과 관련이 있어 조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분석 방법이 발달하였다.

 

인은 음식물 잔재, 분뇨, 유기물 쓰레기 등 인간의 생활 과정에서 유래하여 토양에 축적되며, 비교적 보존성이 뛰어나 퇴적 후에도 안정적으로 잔존한다.

토양 내 인의 농도는 일반적으로 유기물 밀도가 높거나, 특정 기능을 수행했던 공간에서 배경 농도에 비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취사장, 화장실, 쓰레기장, 축사, 의례 공간 등 다양한 활동 구역의 경계나 용도를 추론하는 데 활용된다.

 

인산염 분석 방법에는 사전 조사에서 사용 가능한 정성적인 분석과 시료 채취 후 이루어지는 정량적인 분석이 있다.

정성적 또는 반정량적 분석으로는 Colorimetric Spot Test와 같은 현장 기반 기법이 있다. 이는 간단한 시험지나 시약의 색 변화에 따라 인 농도를 시각적으로 판별하는 방식으로, 빠르고 저비용으로 광범위한 지역의 인 분포를 파악할 수 있어 사전조사나 대규모 분포 탐색에 유리하다.

정량적 분석은 주로 화학 시약에 의한 용출 후 흡광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대표적으로 Bray-I, Olsen-P, HCl 추출법 등이 있다. 토양의 pH와 유기물 함량에 따라 분석법의 선택이 달라지며, 실험실 기반의 장비와 시료 전처리가 필요하다.

 

분석 사례: 스웨덴 남부 우포크라

스웨덴 남부 우포크라(Uppåkra) 지역은 원래 농업 환경 조사를 위해 분석이 이루어졌으나, 인산염의 공간 분포가 과거 취락지의 위치와 정확히 일치함이 확인되었다. 이 분포로 철기시대 후기 대형 취락지가 발견되었으며, 이곳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건물지와 엄청난 양의 철제 유물이 발견되었다. 특히 인산염 분포를 바탕으로 과거 도로망의 배치도 추정할 수 있었다.

인산염 분석은 저비용-고효율의 분석 수단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유적 조사에 유용한 접근으로 평가된다(더글라스 프라이스, 2023)

 


지질 성분 및 바이오마커(biomarker) 분석

 

지질(脂質, lipid)은 지방산(fatty acids), 스테롤(steroids), 왁스(waxes) 등 생물 기원 유기물 중 물에 잘 녹지 않는 기름 성분을 의미한다.

이러한 물질은 인간이나 동물의 활동, 음식물의 처리·소비, 동식물의 분해 과정 등을 통해 토양에 유입된다.

주로 인간, 반추동물, 돼지 등의 동물 집단/종 간의 기본적 구분에 사용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순록, 레밍, 염소, 양, 말, 무스, 개, 돼지, 거위, 당나귀 등 동물 종의 범위를 확장하고 정밀화하여 초기 가축화 및 목축 연구에 적용되고 있다.

 

지질 바이오마커를 사용하는 접근은 특히 형태학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 유용하다. 바이오마커의 특징은 생물기원임을 나타내는 구조적 특성이 이화학적 변형에도 유지되고 안정적으로 보존된다는 점이다. 다만, 토양학적 조건에 따라 바이오마커의 보존도가 다르다.

특히 분변 바이오마커(5β 스테놀)는 신뢰할 수 있으며 환경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는 지표로 입증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Bintliff & Degryse 2022).

 

분석 사례: 멕시코시티 템플로 마요르

https://doi.org/10.1007/s10816-010-9088-6

 

멕시코시티 템플로 마요르(Templo Mayor)의 ‘독수리 전사의 집’ 유적은 아즈텍의 의례 공간이다.

이 유적에서는 pH, 인, 탄산염 등의 표본 조사 후 GC-MS를 이용해 지질 성분 분석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제단 앞 토양에서는 고농도의 지방산과 특정 유기 잔존물이 검출되어 피를 흘리는 의례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하였다. 중앙 제단과 주변 제단 사이에서 지방산 분포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 각 제단마다 의례 시 사용된 물질이 상이했음을 추정하였고, 문헌 자료와 종합하여 해석할 때 중앙 제단 앞에서는 향료 수지인 ‘코팔(copal)’이 태워졌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Middleton et al. 2010).

 


기타 분석 방법: 동위원소, 고대 DNA, 고단백질

 

탄소 및 질소 동위원소 분석

탄소(¹³C/¹²C)와 질소(¹⁵N/¹⁴N)의 안정 동위원소 분석은, 식생 및 식단 구성, 강수량 및 기후 조건, 토양 비옥도 등 환경적 요인과 인간·동물의 생업 방식을 간접적으로 복원하는 데 사용된다.

토양에 포함된 유기물로부터 탄소 동위원소 비를 통해 주로 사용된 C₃/C₄ 식물 구분하며, 이는 기후 및 식생 정보를 반영할 수 있다. 질소 동위원소 비는 주로 영양 단계 분석에 사용되나, 토양에서는 주로 분뇨 축적과 비료 사용 등의 추정이 이루어진다.

 

퇴적물 내 고대 DNA (aDNA: ancient DNA) 분석

최근 기술 발전으로, 토양이나 퇴적물에서 고대 생물의 DNA(aDNA)를 추출하는 분석이 시도 되고 있다.

이는 특정 공간에서 무엇이 살았거나 이용되었는지에 대한 생물학적 정보를 제공 할 수 있다. 특히, 사냥·사육 동물의 종류, 의례 공간에서 사용된 동물, 환경 변화에 따른 식 생 분포 변화 등을 정밀하게 추정할 수 있다. 다만, DNA는 분해나 오염이 쉬워, 채취 및 보 관 시 주의가 필요하다.

 

고단백질 분석 (palaeoproteomics)

단백질은 DNA보다 안정적이고 열·시간에 덜 민감하다는 장점이 있어, aDNA 분석의 대안 또는 보완 기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특히 단백질은 종에 따라 특이적인 아미노산 조합을 가지로, 동물 종의 구분, 조리 방식의 추적 등 보다 세밀한 생업 정보 해석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Bintliff & Degryse 2022).

 


더글라스 프라이스, 제임스 버턴, 『화학고고학』, 한강문화재연구원 학술총서 15, 사회평론아카데미, 2023.03.21.

서민석·김민희, 2006, 「益山 王宮里遺蹟 大形化粧室 內部 土壤의 科學的 分析」, 『王宮里 5: 發掘照査報告』, 국립문화재 연구소.

Middleton, W.D., Barba, L., Pecci, A., et al., 2010, “The Study of Archaeological Floors: Methodological Proposal for the Analysis of Anthropogenic Residues by Spot Tests, ICP-OES, and GC-MS,” Journal of Archaeological Method and Theory 17: 183–208. Hjulström, B. & Isaksson, S., 2009, “Identification of Activity Area Signatures in a Reconstructed Iron Age House by Combining Element and Lipid Analyses of Sediments,”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36(1): 174–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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